최근 한달 사이에 결혼식이 세개나 있었다. 대학원 선후배와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배우자를 찾아서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면서도 지금의 나의 모습을 다시 천천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아직 나는 그저 어른인척 하고픈 애라는 것이었다.
이사를 하고 짐을 정리하다보니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물건들을 찾기도 하고 내가 미처 신경쓰지 못한 것들이 드러나는 순간이 많아 부끄러웠다. 삶을 철저하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내가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들은 그대로 방치될 수 밖에 없다며 회피했던 부분들이 드러나는 순간이 오자, 마치 과거의 과오를 마주한 것 마냥 부끄러웠다.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의 시작은 그것의 주체인 '나'를 잘 경영하는 것일텐데.
배우자가 생긴다는 것은 어찌보면 내가 필히 책임져야할 고정적인 사람이 있는 것같다. 결혼식이 끝나고 반 농담으로, '이제 OO이는 게임 못들어오겠다.'라며 반쯤 쓴 웃음을 짓던 우리는 이제는 친구가 다른 위치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친구는 자신을 경영하는 것 뿐 아닌, 가정을 경영하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감이, 단순히 두 사람이 되었다고 해서 정확히 두배만큼 오르진 않는 것 같다. 그 이상일 것이다. 현재 그들 자신 뿐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인생이 합치되는 순간이니까 말이다. 그들의 결혼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가정이라는 삶의 확장을 책임질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것,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좋아하는 나는 애어른일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소셜 스킬이 늘고, 내가 가진 직무의 기술들을 갈고 닦는 것에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 몸과 같이 책임져야할 가족이 생긴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같았다. 이전에도 쓴 글이지만, 소셜 스킬과 직무 기술은 여전히 페르소나의 것으로 남겨둘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최근 뿐 아니라 언제든 뉴스를 보면, 사회적으로 유능해보이고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사람도 이면의 어두움을 가지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런 어두운 면이 결국 그와 함께하는 누군가는 매일 마주하고 살아가야할 면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들은 바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도드라지게 나타나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아무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나의 어떤 모습이 그럴지도 모른다. 즉, 사람과 관계맺지 못하는 것은 나의 굴곡과 심을 인지할 기회를 잃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애어른은 사회적인 기능 및 역할과 구별될지도 모른다. 최근에 뉴스화되었던 '7세 고시'와 같은 이슈는, 사회적으론 기능이 좋은 인간은 만들지는 몰라도, 그들이 정말 '어른'이 될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그들은 비자발적으로, 뒤틀린 시스템을 따라가는 기계가 될 것이다. 성장은 그렇지 않다. 성장은 다함께 겪는 것 같다. 나와 다른 누군가와의 자발적인 갈등은 필연적이다. 그 때에 희생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싸울 것인가? 무엇을 선택하든 그건 당신을 성장시키고, 당신의 생각을 정밀하게 조정할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갈등이 유발되었던 바로 그 상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장이다.
마침 최근에 결혼한 이들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이들이었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다른 이들의 일들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사회적인 통념 상 사회화된 행동들을 하며 살아가는 나이지만, 그것보다 더욱 깊고 솔직한 언어들을 내가 구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사람들과 관계맺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에 자신있다고 생각한 때가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 어떤 친구는 '지금 시대에서 소셜스킬이 정말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나누기도 했다.
관계 속에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흠이 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움이 될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겠지. 애어른인건 어쩔 수 없지만, 지금 부딪히면 많이 아픈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누군가가 내 삶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과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을 읊조리며 다음 주 토요일에도 참석해야할 결혼식을 보며 작은 한숨을 내뱉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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