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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해상도 최근에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때에 예전만큼 기쁘다는 감정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다. 언젠가 보리라 묵혀놓았던 영화들을 감상할 열정이라던지, 좋아하는 밴드의 신곡들을 커버할 열정같은 것들이 점점 옅어진다. 내가 그것들을 즐겨하고 사랑하고 기뻐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내가 가진 에너지의 흐름이 조금 바뀌었나 의심이 들 정도로.예를 들면, 밴드 활동을 즐겁게 하기란 참 어려운 것 같다. 나와 너의 실력과 취향, 성격과 열정이 오차범위 내에서 상처없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즐거움이 머리를 빼꼼 드러낸다. 하나라도 예상범위를 벗어나면 에너지를 소비한다. 물론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서로의 모양들을 맞춰보는 과정과 결과물을 완성해가는 즐거움은 분명히 있지만, 비교되는 최상의 경험은 있기 마련이다.우리는 종종 ".. 2026. 7. 16.
MBTI #2 :: 통제욕망 문득문득 떠올랐던 글의 주제들을 묵혀두었다가 다시 꺼내고 보니 또 다시 MBTI 이야기다. 저번 MBTI 글의 제목처럼, 내가 느낀 MBTI는... 과학과 달리 무언가 철저히 검증된 영역이 아니어서 어설픔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경험적으로 "그게 맞다"고 맞장구 칠 수 있는 묘한 해석의 영역도 함께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이 주제가 가진 오묘하지만 쓸데없는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언제부터 였을지 모르지만, 나의 MBTI 검사 결과엔 "INFP" 요 네 글자가 항상 찍혀있다. 한 두 글자 정도 바뀔 때도 있지만, 언제든지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손짓을 날리듯, 엉망진창의 격동의 시기를 지나는 것이 아니라면 고향에 돌아오곤 한다. 그 중에서도 'P' 이 녀석은 한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다. 무려 92%라는.. 2026. 4. 13.
[리뷰/책] 자몽살구클럽 (2025) | 짓눌리다, 짓누르다. - 프롤로그 : 자몽살구클럽, 음악과 이야기2026년이 시작된지도 벌써 세 달 정도가 지났다. 나는 올해를 맞이하는 첫날에 이 책을 읽었다.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글을 쓰려니 참 쉽지않다. (올해도 해결되지 못한 나의 게으름...ㅜ) 다만, 이 소설의 무게(특히 결말)와 한로로의 음악들이 나의 생활 속 한 구석을 은은히 차지해왔기에 오히려 글을 쓰면서 묵혀놓았던 생각들을 드디어 정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소설은 차세대 락스타(..!) 한로로의 음반과 함께 발매된 소설이다. 자몽살구클럽이라는 제목, 혹은 어떤 노래에서도 은은히 뭍어나오는 한로로의 쓸쓸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노래도 소설도 분명 끈질긴 생명력이 있지만, 동시에 서늘히 갈라진 피부를 가진 청백색 나뭇가지가 연상되기도 한다.. 2026. 3. 23.
가시 굴레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면서... 올해는 무엇을 해내고 이루었는지 생각해보았다. 나름 일에서도 무언가 열심히, 능숙히 일한 영역도 있었고, 동호회나 교회 등등에서도 좋은 관계들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PT수업이지만 나름 조금씩 조금씩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나름 올해의 큰 수확 중 하나인 것 같다. 저번 주 목요일, 계획된 요일에서 옮겨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수업시간이 이미 꽉 차버려서 오전 9시에 수업을 받게 되었다. 나른하고 피곤한 몸이더라도 무거은 쇳덩이와 중력의 콜라보로 이뤄진 일방적인 폭력에 깔려 땅바닥에 주저앉을 수는 없으니까 어찌저찌 운동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렇게 피곤하고 나른한데 어떻게 다들 아침에 운동을 하는거지. .. 2025. 12. 21.
[리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2006) | 구원 받지 못한 사랑의 구원 - 프롤로그 : 뮤지컬 장르의 이상한 활용뮤지컬을 보면, 여러모로 영화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뭐랄까... 인물들의 내면이 보이지 않을때가 정말 많다. 인물의 표정, 상황, 성격, 과거사와 같은 단서들로 그 인물의 마음을 유추하고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할 때가 많은 것이다. 그에 비해서 뮤지컬은 각 인물들이, 자신의 감정이 짙게 담긴 노랫말로 그 작업의 수고를 대신해준다. (심지어 대화도 노래로...)그래서 그럴까, 나는 뮤지컬이 보기 편하달까. 인물들의 갈등이 무엇인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노래하는지 알 수 있다. 이번 글에서 다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또한 등장인물들, 특히 주인공인 '마츠코'가 노래로 끊임없이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인지 알려준다. 다만 한가지, 다른 뮤지.. 2025. 11. 26.
차라는 공간에 대해 10월 22일, 새벽 1시 41분. 같은 동호회 형님의 양도로 오아시스 내한공연을 보고 서울에서 수원으로 내려오는 길. 살짝 눈꺼풀이 무거워져 눈을 살짝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 깜짝 놀랐다. 순간 잠이 든 것이다. 약 5km만 더 가면 톨게이트를 지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운전은 어려울 것 같았다. 제일 가까운 휴게소까지 음악 볼륨을 크게 높이고 달려갔고,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역시나 연차를 쓸걸 그랬나..." 생각했었지만 이미 늦었지. 오아시스의 공연은 분명 만족스러울테고, 그 여운을 다음날까지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사치인 것 같아 그만두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차에서 자게 될 줄 알았으면 그것은 사치가 아니라 '투자'로 둔갑했을 텐데. "10월 말이면 그래도 아직 따뜻할 .. 2025. 10. 31.